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정선아리랑이 삶의 이정표가 된 사람들의 빛과 그림자
  • 해덕 창주
  • 등록 2025-02-19 17:58:07
  • 수정 2026-09-01 13:53:44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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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금은 볼 수 없는 돗자리에 앉아 메밀전과 막걸리를 입에 걸고 '비가 올라나 눈이 올라나 억수장마 질라나~' 정선 아리랑 소리를 듣노라면 먼 길을 달려온 피로감이 사라진다. 정선을 떠나오면 며칠 간 그 가락이 귓가에서 맴돈다고 했다.

투데이스타 기획시리즈

25년 세월을 정선아리랑과 함께한 그들에게 '이수자' 수여가 그렇게도 어려운가?

        “정선아리랑이 삶의 이정표가 된 사람들의 빛과 그림자” 

 


  • 정선아리랑 장터 공연의 시작(2004)  비 오는 날에도 관객과 소리꾼이 함께 어우러진 노천 공연장에서 정선아리랑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. 메밀전과 막걸리를 곁들인 장터 풍경 속에서 아리랑 소리는 먼 길의 피로를 잊게 할 만큼 깊은 울림을 주었다.

  • 정선아리랑의 매력  끊어질 듯 이어지는 독특한 가락과 9천여 수에 달하는 다양한 가사가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를 담아내며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.

  • 정선 오일장 활성화에 기여한 소리꾼들  김남기 선생을 비롯해 전희정, 이정순, 이정희, 배귀녀, 배연자, 장옥련, 장석배, 전재선, 이금득, 손정자, 최숙녀, 이자옥 등 많은 소리꾼들이 장터 공연을 통해 정선 오일장을 전국적인 명소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.

  • 20년간 이어진 장터 공연의 배경  정춘경 씨는 2005년 민예총에서 받은 300만 원 지원이 전부였으며, 대부분의 소리꾼들이 재능 기부로 참여해 공연이 지속될 수 있었다고 말한다. 이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지금의 정선 오일장도 존재하기 어려웠다는 의미다.



  • 2010년 정선5일장터 공연장은 정선아리랑의 상징적 공간이었지만, 최근에는 겉모습만 화려해지고 정작 ‘옛소리’를 제대로 전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현장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다.

  • 현장 소리꾼들과 전문가들은 문제의 핵심을 정선아리랑축제 운영 방식과 정선아리랑 전수관의 교육 시스템에서 찾고 있다.

 


[정선아리랑축제의 구조적 문제]

  • 축제는 정선을 대표하는 큰 행사지만, 인기 가수 섭외에 의존해 관람객 수를 평가하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다.

  • 중앙무대 공연 기획에 대한 강한 비판

    • 많은 예산을 투입한 중앙무대 공연이 정선아리랑 축제의 정체성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.

    • 공연을 본 관객들조차 “무슨 공연인지 모르겠다”, “정선아리랑 축제와 전혀 맞지 않는다”, “국적 불명 작품 같다”  라는 혹평을 남길 정도로 기획 의도와 메시지가 불분명했다.



  • 세대 공감 실패
    특히 나이 많은 어르신들에게는 감동은커녕 공감조차 주지 못한 공연이었다는 점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. 정선아리랑은 원래 지역 어르신들의 삶과 기억이 깃든 소리인데, 정작 그분들이 외면하는 공연을 만들었다는 것은 축제의 근본 취지를 스스로 훼손한 셈이다.


  •  정선아리랑 소리꾼의 ‘주객전도’ 문제


    • 축제의 주역이 되어야 할 정선아리랑 소리꾼들이 중앙무대에서 중심이 아니라 ‘초대 손님’처럼 보이는 상황은 명백한 기획 실패다.

    • 정선아리랑 축제라면, 가장 앞에 서야 할 사람은 정선아리랑을 지켜온 소리꾼들이다. 그들의 존재가 주변으로 밀려난 축제는 정선아리랑의 이름을 걸 자격이 없다.


  • 기획 역량의 전면 재점검 필요
    지금의 공연 기획은 정선아리랑의 정신·역사·정체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만들어진 결과물이다.

    • 축제의 본질을 회복하려면, 정선아리랑 소리꾼을 중심에 세우고, 지역성과 전통성을 기반으로 한 기획 역량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.

  • 정선 고유의 문화·음식·프로그램이 빈약해 축제의 정체성이 흐려지고 있다.



정선토속음식축제 현장의 모습

  • 매년 벚꽃 개화 시기에 정선 나전에서 열리는 토속음식축제는 정선의 고유한 맛과 문화를 보여주는 자리다.


먹거리 문제

  • 정선에는 지역 고유의 토속 음식이 많지만, 축제 현장에는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음식들이 배치되어 있다.

  • 정선 토속 음식 축제에서 선보이는 음식만 가져와도 충분히 매력적인데, 지역성·정선만의 맛을 살린 구성에 실패하고 있다.

  • 축제는 음식을 팔아 수익을 내는 장사가 아니라, 정선의 맛과 멋을 대접하는 자리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.


정선의 잠재력

  • 정선 9개 읍·면에는 소박하고 정이 담긴 토속 음식과 문화 자원이 풍부하다.

  • 그러나 축제는 이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정선만의 고유한 매력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.



  • [정선아리랑 보존회 운영 방식의 문제]

  • 축제 현장에서 만난 정선아리랑 보존회 회원들의 모습은 정선아리랑 축제의 본래 취지와 어울리지 않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.

  • 관객과 소통하며 함께 즐겨야 할 자리임에도, 몇 명만 들어갈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따로 꾸며 옛 정취를 재현하는 방식을 사용했다.


  • 이는 축제의 개방성과 참여성을 떨어뜨리고, 정선아리랑의 정신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잘못된 프로그램 구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.


  • 문제의 본질

  • 정선아리랑은 원래 사람들과 어울려 부르고 듣는 ‘공동체적 소리’인데, 축제 현장에서 오히려 관객과의 거리감을 만드는 연출이 이루어지고 있다.

  • 결국 축제의 목적과 현장의 운영 방식이 어긋나 정선아리랑의 가치와 매력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.

           매년 벚꽃개화기에 맞춰 정선 나전에서 열리고 있는 정선토속음식축제 현장




다음은 정선아리랑 전수관 교육 시스템을 들여다봤다.

 

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상공에서 본 정선아리랑 전수관 전경

[유네스코 등재의 의미와 현재의 모순]

  • 정선아리랑이 2012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은 9천여 수의 방대한 가사와 체계적 전승 시스템 덕분이었다.

  • 그러나 지금의 전수관 교육 시스템은 그 명예로운 가치와는 거리가 멀다. 세계가 인정한 유산을 관리하는 기관치고는 지나치게 불투명하고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.


겉보기엔 민주적, 실제론 불만이 쌓이는 구조

  • 전수관은 4개의 강습실로 나뉘어 있고, 수강생이 원하는 예능보유자를 선택할 수 있어 겉으로는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시스템처럼 보인다.

  •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“왜 특정 강습실로만 학생이 몰리는가?”, “왜 강습실마다 소리의 폭·감정 표현이 다르게 형성되는가?”  같은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는다.


전수 장학생 선발 과정의 불신

  • 과거에는 어느 선생에게 배웠느냐에 따라 장학생 선발에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한다는 소문이 돌았다.

  • 지금은 오해가 해소되었다고 하지만, 왜 특정 강습실만 유독 선호되는지 설명되지 않는 이상 불신은 완전히 사라질 수 없다.

  • 20년 동안 정선아리랑을 배우고도 장학생 선발에서 반복적으로 배제된 사람들의 하소연은 제도적 미비 또는 특정인의 개입 가능성을 의심하게 만든다.


가장 근본적인 문제: ‘격리된 교육’

  • 전수관 시스템은 수강생을 특정 강습실에 고정시키는 구조다. 이로 인해 수강생은 예능보유자들의 다양한 음색·음정·감정 표현을 고르게 경험할 기회를 잃는다.

  • 정선아리랑은 원래 악보로 규정할 수 없는 살아 있는 소리다. 그런데 지금의 교육은 악보 중심, 예쁜 소리 중심으로 기울어 정선아리랑의 본질인 ‘삶의 감정’과 ‘현장의 맛’을 훼손하고 있다.


전수관 시스템은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

  • 유네스코 등재 유산을 관리하는 기관이 불신을 키우는 구조, 감정 표현을 억누르는 교육, 특정 강습실 쏠림 현상, 장학생 선발의 불투명성  을 방치한다면, 정선아리랑의 미래는 위태롭다.

  • 지금의 전수관 시스템은 정선아리랑의 정신과 전통을 온전히 계승하기에는 구조적으로 한계가 명확하다.


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2018평창동계올림픽 홍보영상제작에 출연한 모습


1. 겉보기만 민주적인 ‘강습실 선택제’의 한계

  • 정선아리랑 전수관은 네 명의 예능보유자가 각자 강습실을 운영하고, 수강생이 원하는 강습실을 선택할 수 있어 외형적으로는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시스템처럼 보인다.

  • 그러나 실제로는 강습실마다 소리의 폭·감정 표현·발성 방식이 크게 다르게 형성되는 구조적 편차가 존재한다.

  • 이는 단순한 스타일 차이가 아니라, 전승의 일관성과 공정성을 해치는 심각한 문제다.


2. 특정 강습실 쏠림 현상은 우연이 아니다

  • 왜 특정 강습실에만 학생이 몰리는가? 이 질문은 수년간 현장에서 반복되어 온 의문이다.

  • 과거에는 어느 선생에게 배웠느냐에 따라 전수 장학생 선발에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한다는 소문이 돌았다.

  • 지금은 오해가 해소되었다고 하지만, 강습실 쏠림 현상이 계속되는 이상, 불신은 완전히 사라질 수 없다. 전승 기관이 이런 의심을 방치한다면, 공정성은 제도적으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뜻이다.


3. 가장 근본적인 문제: ‘격리된 교육’이 만드는 왜곡

  • 수강생이 특정 강습실에 고정되는 구조는 예능보유자들의 다양한 음색·음정·감정 표현을 경험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.

  • 정선아리랑은 원래 사람의 삶과 감정이 그대로 녹아 있는 소리, 악보로 규정할 수 없는 살아 있는 전통이다.

  • 그런데 지금의 교육은 악보 중심, 예쁜 소리 중심으로 기울어 정선아리랑의 본질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.


4. ‘예쁜 소리’ 중심의 평가 기준은 정선아리랑을 죽인다

  • 정선아리랑은 악보대로 발성하는 순간 정선아리랑이 아닌 다른 무엇이 된다.

  • 장학생 선발 기준이 ‘예쁜 소리’에 치우친다면, 정선아리랑의 핵심인 감정·삶·현장의 맛은 사라지고 껍데기만 남는다.

  • 이는 전승이 아니라 전통의 왜곡이며, 유네스코 등재 유산을 관리하는 기관으로서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.


5. 20년을 배워도 장학생이 되지 못한 사람들의 하소연

  • 20년 동안 정선아리랑을 배우고도 장학생 선발에서 반복적으로 배제된 사람들의 하소연은 제도적 미비 또는 특정인의 개입 가능성을 의심하게 만든다.

  • 전승 기관이 이런 목소리를 외면한다면, 정선아리랑의 미래는 공정성 없는 구조 속에서 흔들릴 수밖에 없다.




갓난 아이에게 죽을 먹이고 있는 최숙녀  


[전수관 시스템은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]

  • 지금의 전수관 시스템은 불신을 키우는 구조, 감정 표현을 억누르는 교육, 특정 강습실 쏠림 현상, 장학생 선발의 불투명성  을 방치하고 있다.

  • 이러한 구조에서는 정선아리랑의 정신과 전통을 온전히 계승할 수 없다.

  • 유네스코 등재 유산을 관리하는 기관이라면, 전승의 공정성·투명성·다양성을 보장하는 시스템으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.

 

1. 20년을 바친 소리꾼의 절절한 마음

  • 최숙녀 선생은 20년 넘게 정선아리랑에 헌신해 왔다. 그러나 그녀는 말한다. “저는 장학금에는 관심도 없어요. 돈 욕심이 있었으면 진작에 장사를 했겠죠.”

  • 만약 장학금을 받게 된다 해도 전액 기부하겠다고 말할 만큼, 그녀의 마음은 오직 정선아리랑에 있다.

2. 헌신했지만 인정받지 못한 깊은 상처

  • 정선 5일장터와 여러 공연장에서 정성을 쏟아부었지만, 이수자는커녕 전수 장학생 과정조차 밟지 못했다는 사실은 그녀에게 큰 상처로 남았다.

  • 그녀는 묻는다. “나보다 늦게 온 수강생들에게 왜 양보를 권유받아야 하나요?”  이 질문은 단순한 불만이 아니라, 20년의 헌신이 외면당한 사람의 절규다.


3. 관객에게 감동을 주던 진짜 ‘정선의 소리꾼’

  • 최숙녀 선생은 공연장에서 옛 정취를 그대로 재현한 소리꾼이었다. 아기를 등에 업고 소리하는 모습은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고, 정선아리랑의 원형을 가장 생생하게 보여준 장면이었다.

  • 그녀는 한때 음식점을 운영했지만, 단체 손님 주문을 받아놓고도 공연 일정이 바뀌면 가장 먼저 공연장으로 달려갔다.  돈보다 소리를 우선순위에 둔, 진짜 소리꾼의 삶이었다.


4. 이런 사람이 왜 인정받지 못하는가

  • 20년을 바쳐도 장학생 선발에서 배제되고, 늦게 온 사람에게 양보를 요구받는 현실은 전수관 시스템이 진정한 헌신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다.

  • 최숙녀 선생의 사례는 단순한 개인의 서운함이 아니라, 정선아리랑 전승 구조가 놓치고 있는 ‘진짜 소리꾼’의 가치를 보여준다.

우측 두번째-이자옥 선생


1. 목숨을 걸고 정선으로 향했던 소리꾼

  • 이자옥 선생은 2005년 민예총 초기 멤버로 활동하며, 동해에서 백두대간 해발 750m 백봉령을 굽이굽이 넘어 정선으로 향하는 길을 20년 넘게 반복했다.

  • 그 험한 길을 넘다 두 번이나 대형 사고를 겪었지만, 정선아리랑을 향한 마음 하나로 다시 일어섰다. 그녀는 그때를 떠올리며 눈물을 글썽였다.


2. 20년을 바쳤지만 아직도 ‘기회조차 없다’는 서러움

  • 20년 동안 정선아리랑에 몸담았지만, 전수 장학생 기회조차 한 번도 받지 못했다.

  • 그녀는 담담하게 말한다. “무슨 수입이 있겠어요. 돈 벌려고 소리하는 게 아니에요.”

  • 정선아리랑이 처지고 서글프다는 일부의 말에 대해 그녀는 단호하게 반박한다. “가사마다 이유가 있어요. 사람들의 삶, 발자취, 꿈과 용기가 다 들어 있어요. 만여 개 가사가 있다는데 얼마나 다양하겠어요.”


3. 정선을 떠나고 싶은 마음과 붙잡는 마음 사이

  • 20년 동안 장학생 기회를 받지 못했음에도, 그녀는 결국 동해에서 정선으로 거처를 옮겨 살았다.  정선아리랑과 함께한 세월을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.

  • 하지만 마음속에는 여전히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남아 있다. 그녀는 말한다. “전수 장학생이 뭐 대단한 거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, 저는 20년을 기다렸어요. 무슨 사연이 있는지 모르지만 기회를 주지 않아요. 이게 차별인가 싶어 정선을 떠나고 싶을 때도 많아요. 그래도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오겠거니 하고 살아요.”

  • 마지막에 이자옥 선생은 이슬 맺힌 눈가를 손으로 훔치며 이 말을 남겼다. 그 모습은 정선아리랑을 지켜온 사람들의 고통과 희망이 뒤섞인 상징이었다.



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좌-최숙녀, 손정자 선생 


25년 세월을 정선아리랑과 함께한 그들에게 
'이수자' 수여가 그렇게도 어려운가?


1. 손정자 선생 — 정선아리랑에 ‘19년을 바친 사람’의 서러움

  • 손정자 선생은 정선 조양강 끝 작은 주유소를 운영하며 19년 동안 정선아리랑에 삶을 걸어왔다.

  •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시간·정성·물질적 후원을 아끼지 않았고, 정선 오일장뿐 아니라 사북·고한·신동·민둥산 장터까지 정선아리랑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갔다.

  • 그녀는 말한다. “정선아리랑 귀신에게 홀렸다더니, 이제야 그 말이 이해돼요.”

  • 그러나 두 번 강산이 변하는 세월 동안 소리를 해왔음에도, 전수 장학생 기회를 단 한 번도 받지 못했다.

  • 그녀는 속으로 묻는다. “무슨 근거로, 무엇이 부족해서 기회를 주지 않는 건가요.”  하지만 결국 “내가 부족한가 보다”라며 속앓이를 하고 있다. 이 말은 제도 앞에서 개인이 스스로를 탓해야 하는 현실의 잔혹함을 보여준다.


2. 배연자 선생 — 제도적 불합리함이 만든 ‘정선 이탈’

  • 강릉에서 작은 음식점을 운영하는 배연자 선생은 뛰어난 소리꾼으로 칭찬이 자자했던 인물이다.

  • 언니 배귀녀 선생은 반평생을 정선아리랑에 바쳐 전수 조교까지 올랐지만, 거동이 불편해 더 이상 소리를 할 수 없게 되었다.

  • 언니의 노후가 보장되지 않는 모습을 지켜본 배연자 선생은 정선아리랑에 헌신해도 돌아오는 것이 없다는 현실을 절감했다.

  • 결국, 제도적 불합리함 때문에 정든 정선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.

  • 수십 년 함께한 정선아리랑의 혼을 떼어내는 일은 가슴을 찢는 일이었을 것이다.

  • 이런 인재가 떠나는 모습을 보며, 시스템이 재능 있는 사람을 지켜내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가 분명히 드러난다.

  • 인구절벽 시대에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한데, 정선아리랑에 ‘몰빵’한 사람들조차 떠나게 만드는 제도라면 반드시 고쳐야 한다.




                 

3. 장옥련 선생 — 20년을 바친 사람에게 돌아온 ‘서운함’

  • 이수자 이정희 선생과 함께 창작 안무를 선보이며 정선 오일장 공연의 ‘맛과 멋’을 끌어올린 장옥련 선생.

  • 나이가 들어 몸이 불편해도 장터에 나타나면 후배들이 사비로 교통비를 챙겨줄 만큼 정선아리랑에 대한 애착이 깊은 인물이다.

  • 그러나 그녀 역시 전수 장학생 기회를 받지 못했다.

  • 그녀는 말한다. “이제 나이가 들었으니 그만하라는 건지… 그 서운함을 어떻게 말로 표현하겠어요.”

  • 그리고 덧붙인다. “정선아리랑이 나를 버리는 게 아니라, 사람이… 제도가 그렇게 만드는 거예요.”

  • 이 말은 정선아리랑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가장 아프게 하는 대목이다. 정선아리랑은 그들을 버리지 않았지만, 제도가 그들을 밀어냈다.

 

    

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정선5일장을 빛낸 얼굴들    ( 우측 이정희, 장옥련, 배연자 선생)

[정선아리랑은 ‘대중가요’가 아니다]

  • 대중가수는 노래를 잘하면 된다. 그러나 정선아리랑은 기교로 꾸미는 순간 본질이 훼손된다.

  • 음정·박자를 양악기 기준으로 평가한다면, 우리 고유의 소리는 머지않아 단절될 것이다.

  • 정선아리랑은 ‘잘 부르는 소리’가 아니라 삶을 담아내는 소리, 감정을 실어내는 소리, 사람의 숨결이 그대로 묻어나는 소리다.


[최승월 할머니의 소리가 증명하는 ‘진짜 아리랑’]

  • 정선 귤암리에서 조양강을 바라보며 평생을 소리해온 최승월 할머니는 누구에게도 배운 적 없는 소리꾼이다.

  • 기교는 없고, 악보도 없고, 오직 가사마다 다른 감정을 실어내는 자연스러운 소리만 존재한다.

  • 놀라운 것은, 김남기 선생과 만난 적도, 배운 적도 없는데도  그녀의 소리가 김남기 선생의 소리와 닮아 있었다는 점이다.

  • 이것이 바로 정선아리랑이다. 배워서 흉내 내는 소리가 아니라,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소리.


[이동백 선생의 사례가 보여주는 ‘악보의 한계’]

  • 고종 황제 앞에서 판소리를 불러 통정대부가 된 이동백 선생의 소리를 악보로 옮길 수 있을까? 악기로 재현할 수 있을까?  답은 명확하다. 불가능하다.

  • 이동백 선생이 새 소리를 목소리로 표현하면 실제 새들이 날아왔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. 이런 소리를 악보로 기록하는 순간, 소리의 생명력은 사라진다.

  • 정선아리랑도 마찬가지다. 악보로 규정하는 순간, 본연의 아름다움은 잃어버린다.


[정선아리랑은 ‘기교’가 아니라 ‘삶’이다]

  • 정선아리랑을 대중가수처럼 꾸미고, 음정·박자를 양악 기준으로 평가하는 순간 정선아리랑은 정선아리랑이 아니게 된다. 정선아리랑은 사람의 삶, 감정, 역사, 숨결이 그대로 녹아 있는 소리다.

  • 악보로 가두지 말아야 하고, 기교로 꾸미지 말아야 하고, ‘예쁜 소리’ 기준으로 평가해서도 안 된다.

정선아리랑은 사람이 만든 소리가 아니라, 사람이 살아온 이야기가 만든 소리이기 때문이다.


2018년 녹음실에서 악보대신 가사를 보며 소리를 창작중인 모습 - 김남기 선생


[정선아리랑의 본질은 ‘혼의 울림’이다]

  • 김남기 선생의 소리는 악보에 기대지 않는다.  그 소리는 기교가 아니라 혼이 울리는 소리, 정선아리랑이 지닌 원형의 매력 그 자체다.

  • 그래서 정선아리랑은 ‘잘 부르는 소리’가 아니라 삶이 울리는 소리, 사람의 숨결이 그대로 담긴 소리다.


[‘우리 것이 좋은 것’이라는 말의 진짜 의미]

  • 흔히 말하는 “우리 것이 좋은 것이야”라는 말에는 “우리 옛것이 좋은 것이야”라는 더 깊은 뜻이 숨어 있다. 정선아리랑은 그 옛것의 정수다. 기교로 꾸미지 않아도, 악보로 정리하지 않아도, 그 자체로 아름답고, 그 자체로 완전한 소리다.


[20년 전의 소리와 모습이 그리운 이유]

  • 오늘이 미래였던 20년 전, 장터에서 비를 맞으며 울려 퍼지던 그 소리, 아기를 업고 소리하던 그 모습, 삶과 소리가 하나였던 그 순간들.

  • 그때의 정선아리랑은 꾸미지 않아도 깊었고, 설명하지 않아도 울림이 있었다.

  • 그래서 바란다. 그때 그 소리, 그때 그 모습을 다시 재현해 주기를.  정선아리랑이 본래의 자리로 돌아오기를.


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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